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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장애정체성 고민 적다 ‘편견’
16-11-28 14:07 145회 0건

장애명 등 객관적 지식 있어, 의료적 모델근거 해석

‘지적장애인 관점서 바라본 자신의 장애…’ 논문 발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1-18 18:38:03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2016 논문지원사업 장애의 재해석 논문발표회. 김수현 연구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2016 논문지원사업 장애의 재해석 논문발표회. 김수현 연구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적장애인의 장애정체성과 관련된 국내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지적장애를 논의하는 것을 민감하고 어려운 과제로 여기는 전문가들과 부모들의 태도가 관련 연구수행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적은 중증장애인들만이 지적장애인 그룹에 속해 있다고 여기는 사회적 고정 관념 역시 관련 연구수행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지적장애인들의 장애정체성에 관해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장애인재단이 진행한 2016 논문지원사업의 장애의 재해석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 과정 김수현·구정아의 연구논문이다.

18일 김수현·구정아 연구자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재단이 진행한 '2016 논문지원사업 장애의 재해석 논문발표회'를 통해 결과물인 논문 '지적장애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신의 장애, 그리고 장애인'를 발표했다.

지적장애인이 바라본 '장애'=김수현 연구자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자신의 장애는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참여자들 역시 자신의 장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었다.

대상은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22세 이하인 지적장애 혹은 자폐 범주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문장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통합교육 경험이 있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장애의 명칭과 장애등급을 자기와 관련한 정보로 간주하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장애유형 및 급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정확한 장애명을 알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장애로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 정신이라고 썼는데 정신지체라고 쓰려다가 지운거에요. 엑스표 했는데 선생님이 잘못 알아보실까봐 다시 말씀드려요. 저는 정신지체 아니고 지적장애 1급이에요", "어떤 장애냐면 저는 큰소리에 민감해서 극장에서 영화를 잘 못봅니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참여자가 있는 반면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용어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장애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원반이라고 그런 말을 많이 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제가 그냥 2학년 6반이라고 해요", "장애인이라고 말하면 죽이고 싶고 패고 싶어요. 그리고 장애 없어요 라고 말할거예요', '통합지원실이 싫을 때는 제가 장애인인 것을 애들에게 밝히기 싫을 때요" 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특히 장애관련 정보에 대해 말하기 불편해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지적장애인 참여자들에게 정확한 장애관련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 이 결과 참여자들은 장애의 원인을 우울증, 불의한 사고로 생각하거나 모든 사람은 장애를 갖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특수학급에서 현장학습을 갈 때 복지카드를 사용한 경험을 기반으로 복지카드 가용도를 추측하고 있었다. 문화시설, 교통수단의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군대에 가지 않는 혜택을 주는 멤버십 카드와 같이 이해하고 있었다.

김수현·구정아 연구자의 논문발표를 듣고 있는 청중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수현·구정아 연구자의 논문발표를 듣고 있는 청중들. ⓒ에이블뉴스
■의료적 관점서 '장애' 해석=지적장애인 참여자들은 장애를 여전히 의료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무능력, 나쁜 것, 극복해야 할 것, 비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장애를 지능이 낮고 공부를 못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으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이 느끼고 있었으며 일을 한다고 해도 전문성이 결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운동능력, 집중력, 표현력 등이 부족할 것이라는 표현도 했다. 예를 들어 "OO이라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저희 복지관에서 키가 엄청 제일 작아요. 그리고 농구를 아주 못해요. 그런 거 보면 딱 장애에요"라는 식이다.

참여자들은 장애인이 예쁘거나 멋지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장애인은 가짜이고 비장애인은 진짜라고 표현하면서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즉 장애를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를 일종의 병으로 생각하고 아프다고 표현하면서 치료해서 낫거나 없어지길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 장애로 인한 특성보완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언젠가 자신에게 있는 장애가 없어질 것을 소망하는 맥락에서 장애를 이겨내고 극복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빨리 장애가 낫게 해달라고 할래요", "장애는 오래 앓는 병이다", "저는 꿈이 있는데 지적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등의 이야기인 것.

장애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장애를 공론화 하지 않도록 부모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고,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창피한 일인 동시에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표를 하고 있는 김수현·구정아 연구자.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발표를 하고 있는 김수현·구정아 연구자. ⓒ에이블뉴스
■정체성 위해 택한 '거리두기'=명확하게 형성이 안된 장애정체성과 의료적 관점에서 개념화된 장애이해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장애 관련종사자와 자신보다 심한 장애인, 신체적 장애인, 비장애인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거리두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됐으나 결국 어느 집단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장애관련 서비스 제공기관을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기관과 비교해 수준이 낮은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애관련 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에게 장애낙인이 생기도록 하며 오히려 자신의 기회와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복지관, 특수학급 등 관련기관에서는 개별화된 학습의 기회가 더 많다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비장애인과 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면서 장애관련 서비스 이용을 되도록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으로 장애인이 누군가인가 생각해보는 과정에서는 주로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참여자들은 특수학급과 복지관에서 만났던 정도가 심한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표현했으며 다른 사람을 때리고 산만하게 행동하며 소리를 지르는 문제 행동은 장애인의 특성이라고 나타냈다. 반면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구분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장애특성보다 타인의 장애특성을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장애특성을 수용하는데 힘들어했다. 이런 상황은 발달장애인들이 많이 모이는 공동체 활동참여를 회피하거나 우정을 형성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다.

장애관련 이미지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나 흰 지팡이나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제시하는 등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죠. 몸 일어서면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 정도는 아닌데 귀에 기계가 있고 막 달고 다니고" 등의 표현을 한 것. 자신에게는 그런 장애가 없다는 것을 통해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며 거리를 뒀다.

장애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동시에 비장애인들과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장애인과의 관계가 더 형성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활동참여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참여를 회피하고 있었다. 또한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어울리는게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 연구자는 "지적장애인들이 장애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적을 것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달리 본인의 장애명, 복지카드의 사용방법 등 객관적 지식을 갖고 있었다. 또한 전통적인 의료적 모델에 근거해 장애를 해석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서 "본인의 장애를 직접 해석할 수 있도록 장애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장애관련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원이 제공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연구자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경험이 지적장애인의 자아개념, 장애에 대한 해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사회구성원들이 장애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러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 논문지원사업 장애의 재해석 우수논문 연구자인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김수현씨(사진 왼쪽), 구정아씨(사진 오른쪽)와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사진 가운데).에이블포토로 보기 2016 논문지원사업 장애의 재해석 우수논문 연구자인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김수현씨(사진 왼쪽), 구정아씨(사진 오른쪽)와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사진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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